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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싸인 1코스 끝자락에서 나는

부나비마냥 가장 밝아보이는 불빛을 따라 끌려들어갔고

아침에 눈뜬 곳은 성산이었다.




전날 비에 홀딱 젖어
 
옷이며 가방이며 모자며 신발이며

주섬주섬 바닥에 깔아가며 말려가며 잠들어가며

설피 잠깬 채로 민박집을 나섰을 때

그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

올레길의 제2코스는 시작되었다.




곳곳에는 갓심은 묘목이 누워있고 부러져 있고

이런 날씨 이런 시간 이 즈음에 비가 온다해도
 
어디 우산 꺼내 받쳐들 의미조차 없음이야

카메라 빼들 요량 하나 내세우지 못할만큼이야

제주도의 바람은 거칠었다..



2코스의 시작점을 둘러 찾아 걷기 시작했을 때

전날과 달리 올레꾼들이 한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이 험하긴 해도 비도 오지 않고

그럼 천천히 오랜 시간 마실 나서기에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제주올레길은 사실

전혀 계획된 여행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본디 계획된대로 움직이는 것 아닌

닥치는대로 결정하고 진행해버리는
 
의외적이고 즉흥적인 여행이 오히려 적성에 맞는다.




그러니까,




걷다가 멈추면
 
젖은 바위에 엉덩이 걸친 채 쉬고

가는 길이 배고프면
 
가장 먼저 보이는 편의점 초코바 하나

모락모락 김 나는 동네 어귀 만두집

한개에 1000원짜리 왕만두




어둠에 막혀
 
발길이 멈추는 그 어딘가에서

민박, 여관, 게스트 하우스

그 어디 싸게 머물 방 하나




구태의연한 일상을 탈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그 중에 내가 선택한 것은

어디 해외는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같잖은 두려움으로

제주행.


 

9년전에도 그랬듯

그리고 올해도 또한 그렇게

계획없는 제주행은

걷는 기억이 전부다.




아참
 

한라산 행에서 뜨거운 햇빛에
 
눈썹조차 녹아버린 9년전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긴 하지





그래도

나는 길 위를 올라서고
 
다시 걷는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겠지.



함께 걷자 당신

이 길 위로.




P.S) 오늘의 동행은 바람이지만 
          내일의 동행은 바람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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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ga13| 2011/10/24 17: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광각 없으면 제주도에 가지 말아야겠어요 ㅋ 필름속의 현실의 색감도 현실과 같을 거 같다는 엑타가 이런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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